한 줄기 빛
- 울산광역시 동구 -
예로부터 등대는 항해를 하는 배들의 길잡이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많은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는 등대의 모습은 그 어딜 가나 웅장하며, 작은 등대마저도 기품 있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등대는 조금 다릅니다. 경북 울산 동구에 위치한 제 2의 해금강 ‘울기’. 태백산 끝자락의 줄기가 뻗어 내린 지형이 인상적인 이 해안가에는 그 절경 속을 운항하는 배들을 위한 등대가 지금도 서 있습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울산 바다의 이정표의 한 줄기 빛을 따라가라!’입니다.
울산의 끝자락이라는 뜻을 가진 해안 ‘울기’에는 백색의 팔각형 탑이 낮고 잔잔하게 서 있습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이 등대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많이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등대야. 사용하지 않지만, 잘 관리되고 보존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등대이니 낡을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구한말 시대양식을 잘 드러내고 있어,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고 해.”
신비의 대왕암과 기암괴석, 또 수천그루의 아름드리 해송까지. 화려한 자연경관에 전설을 담은 이 곳은 ‘대왕암 공원’이다.
“이 대왕암 공원은 원래 조선시대에 말을 키우던 목장이었다고 해. 시원한 바닷바람과 경치를 보고 자라는 건강한 말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이 곳은 일제시대에 ‘울기공원’이라는 이름이 있었대. 하지만 지금은 일제잔재청산을 이유로 ‘대왕암공원’으로 이름을 바꾼 것이지.”
대왕암 공원에서 바다 위를 지나는 아찔한 철교를 지나면 해송이 드리워진 울산의 대표쉼터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신비한 전설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 알아? 용이 잠겼다는 바다 아래에는 해초가 자라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곳 또한 그렇다고 해. 전설에 따르면 신라 30대 왕 문무왕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곳이래.”
“공원에서부터 철교로 연결된 저 대왕암을 보고 있으면, 정말로 용이 아래에 숨어있을 것만 같아. 해송이 드리워진 이곳은 울산의 대표쉼터로 자리 잡고 있데.”
대왕암 공원에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이 빠른 속도로 자라나자, 이곳에는 새로운 등대 하나가 들어섰다. 등대를 감추어버린 해송림에는 작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와, 해송들이 정말 울창하게 들어서있어. 인공으로 조성된 해송이 저렇게 건강하게 자라난 것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맞아. 예전에 이곳이 어떻게 활용되었었는지를 생각하면 해송이 등대를 가릴 만큼 갑작스럽게 자라난 이유를 예측해볼 수 있어.”
울기등대로 향하는 공원길에는 특별함이 숨어있다. 수천송이의 야생화가 핀 꽃길을 걸어가면 황홀한 빛 속으로 당겨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야생화 길은 매년 4월이면 왕벚나무가 피어나 만들어낸 터널이 장관을 이룬다고 해. 꽃잎이 흩날리는 등대로의 길. 멋지지 않아?”
“맞아. 하지만 4월이 아니더라도 바다를 향해 선 등대의 모습이 울산 바다의 화려함과 어울려 새로운 경치를 자아내는 것 같아!”
거칠게 들이치는 파도위에 고개를 내민 작은 섬 슬도. 대왕암 공원 옆의 이 섬에서는 특이한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거문고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이 섬에서 나는 소리는 섬 전체에 나 있는 구멍으로 바닷물이 드나들 때 나는 것이야, 거문고를 타는 것 소리가 난다 하여 이름을 ‘슬도’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해.”
“이 소리를 들으며 저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슬도의 남쪽, 거대한 등대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등대의 빛을 찾는 배들이 빛보다도 이 거대함에 이끌려 올 것만 같은 웅장함이다.
“등대가 정말 크고 웅장하지? 화암추등대는 동양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등대라고 해.”
“하얗고 말끔하게 솟은 모습이 정말 장관이야. 본래 이 자리에는 하얀 목화가 피던 꽃바위가 있었데. 그래서 이 주변 마을의 이름을 ‘꽃방마을’이라 했는데, 지금은 그 바위를 볼 수는 없고 그 끝단에 들어선 화암추등대를 ‘하얀 목화 꽃’과 같다고 한데.”
등대는 이제 항해를 위한 전유물은 아니라고 한다. 새롭게 바뀌고 있는 화암추 등대에는 점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방어진 항에 위치한 이 화암추등대에는 전면유리로 된 벽을 통해 육지와 바다를 360도로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어.”
“‘디오라마’의 설치로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산업에 대한 견학지를 구성하고 있어서 최근에는 학생들을 위한 주력화학 산업 학습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데.”
이곳 울산 동구에서는 ‘지킴’에 대한 의미를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대왕암 주변에 자리한 채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문무왕에 대한 전설부터, 또 한 줄기 강한 빛을 쏘아내는 등대의 힘은 바다를 운항하는 배들을 지키고 있는 것이겠지요. 강한 한줄기 빛과 같은 그 ‘지킴’의 근원은 무엇일까요? 잘 만들어진 등대, 혹은 전설의 한 구절? 등대의 웅장한 빛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향하는 이곳에서 여러분이 그 빛의 근원을 찾아내는 것은 어떨까요?
기분 좋은 눈부심으로
- 대전광역시 동구 -
은빛물결의 반영(反映)에 기분 좋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호반을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손끝으로 계절의 감성을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반복되는 삶에 여유가 동심원처럼 퍼져나가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대청호는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원군 등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로 대청호 오백리길 등을 통해 사람과 물이 만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누구나 가끔씩 일상에서의 일탈과 팍팍한 일상에 단비를 꿈꿀 텐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대청호의 반영을 두 눈에 담고 돌아오라’입니다.
반짝하는 순간 은빛물결이 찰랑인다. 나무가 물에 비친 것인지 물이 나무에 비친 것인지 모를 정도로 반짝하여 고개를 삐죽 내밀어본다. 풍경에 이끌려 잠시 걸어보기로 한다.
“젊은 청년이 혼자 왔나보네. 어디 코스를 가려고 하는지 고민 하는 것 같은데 혼자 왔으면 아무래도 추동 호반길이 괜찮지."
"나중에 여자친구랑 같이 오면 호반낭만길 코스도 다녀가 보라고.” “네, 감사합니다.”
오백리라는 이름에 엄두가 안나 한 걸음, 두 걸음 주변에 손짓하는 풍경만 보고 걸어본다. 어느새 뒤를 돌아보면 시작점이 콩알만 하게 희미해진다.
“5시간에 걸쳐 걷는 길이 괜찮을까? 혼자 생각하며 걷는 데는 수변길만큼 좋은 곳은 없다니까, 그럼 한 번 걸어볼까?"
"오백리길이라고 해도 힘들거나 지치지는 않네, 아마도 주변 경관에 빼앗긴 시선과 완만한 산세 때문일 거야. 무엇보다 걷고 싶은 길 12선에 꼽힌 길이라 그런지 휴식하기에 괜찮은 것 같은데?”
사진 찍기 좋은 명소란다. 걷고 걸어 만난 곳에 추억 한 조각 남겨두고 간다. 두 발로 걷는 기쁨이 여기에 있다.
“저기, 혼자 왔어요? 여기가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잖아. 사진 한 번 찍고 가요. 내 찍어 줄 테니. 자, 하나 둘 셋!” “감사합니다.”
“여기가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얼마나 멋있는지 몽환적인 분위기가 아주 그만이에요.”
가을에 찾은 대청호는 짙은 갈색빛이다. 나무가 반영된 탓인지 푸른 빛깔의 호수도 갈색빛으로 물든다. 다음 계절의 대청호는 어떨까?
“수변길이라고 해서 물 따라 걷는 것만 생각했는데 중간 중간 산과 사람들을 만나니 더 새롭구나. "
"자연 그대로의 멋과 향이 남아있어서 진풍경을 만들어. 은은한 물향이 사람들이 닦아놓은 길과 어울려 더 아름다운 것 같아. 물에 비치는 나무 때문일까 어쩐지 가을이 더 깊어지는 기분이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대청호를 메운다. 쓸쓸하기만 할 것 같은 혼자만의 여행이 외롭지 않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울린 진풍경이 더 없이 정겨운 친구가 되어준다.
“혼자 온 여행이라 꽤 쓸쓸했는데, 이렇게 아이들 웃음소리와 가족들의 화목한 이야기가 들려 전혀 외롭지 않을걸. "
"저기 갈대를 보며 좀 더 걸어야겠다. 대청호와 더 가까이 마주할 수 있다니까. 한적하기만 한 거리에 웃음소리가 어쩐지 시끄럽지 않고 정겨운 이야기처럼 들려오네.”
찬샘정에서 바라보는 대청호는 또 다른 느낌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반짝이는 대청호에 보물이라도 숨겨져 있는 것일까?
“하아, 여기가 찬샘정이로구나.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역시 절경은 절경이구나. 수면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마치 자그마한 보물이 반짝이는 것 같구나.”
“젊은 청년 혼자 왔는감? 숨 좀 고르고 가시게나. 크게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면 마음속에 가득 있던 시름이 저 대청호와 함께 흘러내려간다니까.”
가을을 만끽하기에 수변공원이 최고라면 봄의 벚꽃비를 맞고자 한다면 대청호 회인선 가로수길이 최고다. 그렇기에 대청호는 다음 계절에 대한 기대로 눈이 절로 반짝인다.
“할아버지도 혼자 오셨어요?”
“가끔 와. 길게는 못 걷고 짧은 구간을 아들내미가 데려다 주지. 그나저나 여기 처음 왔는감? 대청호는 언제 봐도 아름답지, 아름다워. 봄에는 꼭 옆에 예쁜 처자 데리고 오라고. 대청호 회인선 벚꽃길에 그렇게 젊은이들이 많다고. 아주 예뻐.”
대청호가 가장 무르익는 계절이 언제라고 묻는다면 쉬이 대답할 수 가 없다. 언제나 은빛 물결은 찰랑일 테고 대청호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반영이 눈부실 테니까.
“다음계절이 기다려지는 곳이라니, 두 눈에 대청호의 아름다운 물결을 담았으니 봄에는 벚꽃을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을, 지금처럼 가을에는 낭만을, 겨울에는 설경을 담으로 또 와야겠구나. "
"언제나 그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대청호는 늘 새로운 눈부심으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사람들이 한 해가 떠나가고 새해를 맞이하며 목표를 세우는 것 중에 하나가 의외로 여행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계획하고 꿈꾸지만 일상에서의 생활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여유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요? 팍팍한 삶의 작은 탈출구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평소보다 느린 걸음으로 평소에 무심코 지나치던 작은 들꽃이나 바람결을 느끼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일상에서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마음까지 내어주는 편백나무 숲길 따라
- 전라남도 장성군 -
체력 소비가 많은 가파른 산행은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천천히 걷다 보면 심신의 이완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거기다 숲이 좋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우거진 침엽수림 속에서 명상하며 걸을 수 있는 전남 장성군 서삼면의 축령산휴양림은 산기슭을 가득 채운 편백나무가 치유를 돕고 있어 요즘 여행객들의 발걸음도 더욱 잦습니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수종이 단풍에서 편백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걸까요? <미션패밀리>의 이번 미션, ‘축령산 숲에서 몸과 마음을 모두 정화하라!’
임종국 선생은 벌거숭이였던 축령산 산자락에 1956년부터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전국 최대의 인공조림을 만들며 그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나무들만 생각한 것일까?
“자기 소유의 땅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이곳에서 나무를 심고 또 심었어. 나무를 심는 일 말고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 그는 생을 마치며 "나무를 계속 심어 달라"는 말을 남겼다지?”
“그래서 이 편백나무 숲을 ‘집념의 숲’이라고도 하나 봐.”
출발점은 추암마을 주차장. 걷다 보면 임종국 선생 공덕비를 지나 오르막 등산로를 치고 올라간다. 등산로 정상까지 얼마나 걸릴까?
“길이 이렇게 가파를 줄이야!”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의외로 가까우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라고!”
“저기 2층 정자가 보이는데, 잠깐 쉬었다 갈까?” “출발한 지 20분도 안 됐지만 우린 저기서 한 템포 쉬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하지!”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인 정자에 오르지 않고는 조망의 즐거움을 모두 알 수가 없다. 정자에 서면 장성을 둘러친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진다는데?
“의외로 금방이라고 내가 말했잖아! 가파른 길이지만 이렇게 오르니 휘휘 두른 산을 모두 볼 수 있는 거라고.”
“정말이야. 내장산, 백암산이 멀리서 실루엣처럼 보이고 옥녀봉, 장군봉, 병풍봉이 순서대로 펼쳐져 있군. 반대편에도 또 다른 장관이 연출되고 있는걸?!”
정상에서 정자 옆으로 난 등산길을 따라 하산하는 길, 건강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 낯이 익다. 어디서 본 걸까?
“이쪽 방면이 바로 영화에 꽤 많이 등장했던 금곡영화마을이로구먼. 옳거니! <태백산맥> 촬영지가 바로 여기였군!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었는데 생각 안 나네.”
“아무튼 이 축령산은 편백과 삼나무 등 침엽수림으로 이름났지만 정작 이 건강숲길은 산죽, 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
축령산 일대에는 40~50년생 편백과 삼나무 등 침엽수 250여 만 그루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무려 1천148㏊에 달하는 숲 전체를 품어보자!
“홍길동의 고장으로 유명한 장성군의 나무 하면 백양사 애기단풍이 떠오를 테지만, 지금 이 숲을 좀 봐봐. 이 지역을 대표하는 수종이 단풍에서 편백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도 알겠어.”
“이제 ‘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축령산 자연휴양림이 삼림욕의 명소로 주목받는 덕도 크지. 임도를 따라 들어서니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들, 보여? 정말 장관이다!”
버섯 모양의 명상쉼터와 전망대를 지나쳐 하늘쉼터길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르면 특별한 무언가와 마주할 수 있다는데?
“임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야 그것을 만날 수 있다지?” “도대체 아까부터 뭘 보겠다고 이렇게 잰걸음인가?”
“바로 여기라네! 이 아름드리 편백나무들.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았어! 정말 시원스럽지?” “글쎄. 계속 지나친 편백나무들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군. 우람하고 씩씩해보이네만.”
편백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걷다 보면 ‘치유필드’가 보인다. 아토피나 천식 환자는 물론 암 환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 짙은 솔향기를 만끽해보자.
“저기 놓인 평상에서 잠시 쉬어가자고. 이 피톤치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할 정도니까.” “침엽수는 기본적으로 피톤치드를 많이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편백의 피톤치드는 그중에서도 최고래.”
“맞아.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경감시키고 장과 심폐기능을 강화한다지.”
여기서 10여분 내리 걸으면 산소숲길로 접어들고, 이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는 길이 넓지만 오른쪽 오솔길로 방향을 잡으면 임종국 선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임종국 선생 수목장 장소로 가는 길이구나. 산 사면을 따라 난 오솔길은 편백나무들을 피해 요리조리 굽었어.”
“숲 때문인지 비 때문인지 갑자기 어두워지고 있어. “길 위로 편백 숲이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는 거야. 이 역시 선생의 집념의 흔적일까?”
장성군과 고창군의 경계에 우뚝 솟은 축령산 동쪽자락의 드넓은 휴양림. 그곳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숲이 있습니다. 구름이 지나간 푸른 하늘에서 아침햇살이 쏟아지면 상큼한 피톤치드는 온몸을 감쌉니다. 여기에는 죽어서도 나무 곁을 떠나지 않았던 임종국 선생의 피와 땀도 서려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숲 그늘이 그리운 이즈음,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산세 곱고 야트막한 축령산 초록세상에서 참살이를 누려보는 건 어떠세요?
해풍 젖은 솔향기에 취해
- 충청남도 태안군 -
혹자는 왠지 모를 먹먹함이 찾아들면 낙조의 비경과 솔향기가 그윽한 충남 태안의 안면도로 떠나보라 했습니다. 또, 시인 김지헌은 ‘누구든 태안반도에 들어서면 안온하고 평안해진다’고 했습니다. 이는 태안의 본래이름인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뜻풀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이곳에는 바다를 허리춤에 끼고 소나무 사이를 헤집고 가는 솔향기길이 있습니다. 걷는 내내 해풍에 젖은 솔향기를 맡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도 되찾을까요? ‘가슴 깊이 먹먹함이 느껴진다면 홀연 안면도로 떠나라! 바로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태안반도 북쪽 끄트머리 이원면 해안가에 조성된 솔향기길은 모두 4코스. 이중 으뜸으로 친다는 코스가 있는데, 출발점은 바다로 툭 터진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고.
“저기, 아주머니. 여기서 내려가면 꾸지나무해수욕장까지 갈 수 있나요?” “아주 제대로 왔구먼. 여기가 바로 만대여. 쉬엄쉬엄 걸어가면 여섬까지 4시간쯤 걸릴겨.”
“와~ 그렇게 오래 걸어야 해요?” “만대가 괜히 ‘만대’겄어? ‘가다가다 그만 가고 만대’라고 만대라잖여!”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눈길 주는 곳마다 솔향기만큼이나 사람냄새 또한 짙게 풍기는 건 뭐 때문일까?
“태안기름유출 때 자원봉사자들이 당봉과 큰봉, 후망산, 산재산으로 이어지는 위태로운 산길을 오르내리는 모습에 한 이원면 주민이 이 길을 닦아서 지금 이 길도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삽과 곡괭이를 들고 이 길을 닦았을 거야. 이 길을 개척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과정은 또 어떻고. 온몸에 상처를 달고 살았을 테지.”
만대항을 지나 솔나무숲길로 접어들면 초입은 깎아지른 듯한 바윗길이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부담 없는 높이의 산길은 얼마 못 가 진풍경을 드러낼 테니.
“산자락 유순한 언저리를 돌아가는 숲길은 굽이굽이 선이 곱구나. 중간중간 바다로 터진 곳에 이런 비경이 숨어 있다니."
"자연훼손이 적은 만큼 숲은 원시자연의 냄새로 가득해. 솔향기는 은은하고 흙냄새는 구수하고…. 천연송림으로 융단을 깐 숲길 어디든 발길이 닿는 곳마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구나.”
서해를 바짝 끼고 솔숲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길. 행여 심심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곳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재미난 아이템이 줄줄이 이어진다. 과연 뭘까?
“‘삼형제바위’가 바로 이 녀석인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삼형제가 어느 날 어머니가 뻘일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나란히 앉아 어머니를 부르다 앉은 채로 죽어 바위가 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는. "
"한 스님이 나무열매를 따다가 떨어졌다는 ‘중떨어진 앙뗑이’ 절벽은 사연이야 어쨌든 해학적인 이름에 웃음이 안 날 수가 없겠어.”
당봉(만대) 전망대부터 해안을 따라 두 나무가 서로 얼싸안은 부부소나무 등 줄줄이 이어진 사연들에 흥미도 더해가지만 난관도 따른다. 하지만 그때마다 해결책은 늘 있다고.
“오르막과 해변으로 내려서 길이 가팔라지니 장딴지가 뻑뻑해 악소리가 절로 나오네. 그래서 악너머고개인가. "
"바위틈에서 솟는 약수 맛을 일단 보고 가자. 숨이 차오르는 지점마다 쉼터가 있고 통나무로 의자도 만들어 놓았구나. 의자 몸통에는 유명시인의 시가 적혀 있으니. 잠시 사색에 빠져 시름을 놓아볼까?”
"숲길은 내내 소나무로 울창하다. 한여름 땡볕에도 그늘을 만든다. 하지만 곳곳에 한국전쟁 당시의 흔적 등 낯선 풍경도 눈에 띈다. "
“한국전쟁 당시 파놓은 참호와 녹슨 철조망도 눈에 띄는구나. 아직까지 덜 알려진 까닭이겠지."
"하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늘 코를 찌르는 향긋한 솔향기와 청아한 솔바람 소리, 새소리, 파도소리가 있으니 마음 쓸 겨를이 없겠어. 바닥에 깔린 솔잎융단은 마음까지 더 푸르게 만들어주는 듯해.”
중간지점에 이르자 자그마한 여섬이 반긴다. 이원방조제 축조 후 제방 안의 이 섬은 육지로 단 하나 남게 됐다는데, 그 이름의 유례도 알고 나니 진지해진다.
“바위로 둘러싸인 저 섬 있지유? 들물에 유속이 빨라지면 바위를 때리면서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 참 장관이여. 그래서 외지인도 오면 실컷들 보고 가더라고."
"이쪽으로 어족도 풍부해서 갯바위 낚시도 그만이여. 낚시하겠다고 찾아오는 강태공도 그래서 많고. 근데, 그 옛날 남을 여(餘)자를 붙여 ‘여(餘)섬’이라 부른 선인들의 예견이 제법 흥미롭지 않은가?”
해식동굴 용난굴을 거쳐 다시 숲길로 들어서 전망대에 오르면 종착점인 꾸지나무꼴해수욕장까지 금방이다. 이곳에 서면 억눌린 감정이 기지개를 켜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데?
“멀리 이원방조제까지 먼 바다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탁 트이는구나. 그런데 지금 들려오는 파도소리가 참으로 희한해. 와랑와랑~ 거린다고 한다고 해야 할까. 보아 하니 전망대 절벽 아래 수직굴로 치는 파도가 이런 독특한 소리를 내는가 보네.”
“소리 참 신기하제? 그래서 우리 주민들도 이 해안은 따로 부르는 이름이 있구먼.”
태안의 안면도 솔향기길에는 소나무와 엄나무, 두릅나무,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뤄 산림욕에 좋다. 야생화가 꽃을 피우고 새순이 돋으면 꽃향기와 솔향기에 취해 마냥 해변을 등대 삼아 걷게 됩니다. 기세를 죽인 해가 바다로 빨려들 때쯤이면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 그루가 어느새 해를 이고 있습니다. 그렇게 발품으로 고단한 하루의 노고가 해풍에 쓸려 노을에 잠깁니다. 언제부턴가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해와 당장 가슴 탁 트일 만한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었다면, 솔향기 가득한 안면도로 지금 달려가 보는 건 어떠세요?
축제 속에 녹아들다
- 대전광역시 대덕구 -
대전 대덕구에서는 매년 초여름 ‘금강로하스축제’가 열립니다. 대덕구뿐만이 아닌 대전의 대표 축제로도 불리는 금강 로하스 축제는 다른 지역 축제와는 테마의 차별성이 정확하게 두드러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차별성과 잘 조성된 자연 환경, 대덕구의 노력이 더해져 해를 거듭 할수록 많은 시민들이 금강 로하스 축제에 다녀오고 있습니다. 그저 보고, 즐기는 체험이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축제인 금강 로하스 축제!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축제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라!’입니다.
로하스는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의 줄임말이다. 삶의 양식, 건강, 지속성 이라는 세 단어가 모여 어떤 의미를 만들어 냈을까?
“LOHAS라는 축제 이름이 참 예쁜 것 같아요. 행복한 삶, 건강을 바라는 대덕구의 마음도 그만큼이나 예쁘게 느껴지네요.”
“로하스 축제의 의미는 그것뿐만이 아니란다.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 생활방식의 변화를 주도하는 전국 유일의 축제라고 하는구나. 함께 축제를 즐겨볼까?”
로하스 축제가 열리는 대전 대덕구는 삶의 최고 가치를 행복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데, 그것이 바로 로하스축제가 열리는 이유일 것이다.
"로하스 축제를 찾아온 사람들은 대덕구의 대청호, 계족산을 보며 자연을 맘껏 즐기고 돌아갈 수 있겠어요."
"그럼, 축제 속에 빠져들기 전에 대덕구의 자연 경관에 먼저 빠져들게 되는 것도 로하스 축제의 매력이란다.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아닐까?“
축제가 열리는 대청공원과 산호 빛 공원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다. 저마다 가족, 연인의 손을 잡고 선 그들의 휴식에 이 공원 전경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청호와 금강이 어우러진 대청공원의 풍경이 정말 아름다워요, 문화전시관 뒤쪽 산책로는 대청호 오백리길로 아시아 도시 경관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금강로하스 대청공원, 산호 빛 공원은 대덕구의 금강프로젝트에 의해 조성된 곳이란다. 대덕구에서 만들고자 했던 녹색생태학습도시에서 쉬어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금강 로하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로하스 해피로드 걷기 대회’는 매년 3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가해 활기찬 축제의 서막을 올린다.
"해피로드는 이틀에 걸쳐서 열린단다. 초여름 대청호희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하고 강바람에 시민들이 몸을 맞길 수 있는 좋은 체험 참여 프로그램이란다."
"이렇게 좋은 풍경 속을 걷다보니, 이미 조성되어있는 200리 로하스 길을 다 걸어도 힘들지 않을 것 같아요! 다음엔 이 길을 걸으러 와야겠어요."
5개의 테마가 있는 로하스축제는 각각 테마의 차별성과 일관성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의 체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 테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와,, 관광객들이 일괄적인 체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테마를 고르고 다양한 체험을 경험 할 수 있다니, 독특한 축제인 것 같아요."
“그래, 가족, 건강, 나눔, 친환경, 학습‘이라는 다섯 개 테마 속 세부행사들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로하스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란다. 어떤 체험을 하고싶니?”
축제마다 그러하듯, 대표프로그램인 공연, 전시, 대회 등을 비롯해 체험, 이벤트 까지 모든 것이 갖추어진 로하스 축제! 어떤 것들이 새롭게 느껴질까?
"프로그램마다 테마가 있고, 각각의 것들마다 상세한 주제와 참여 방법, 효과 까지 잘 설명되어 있으니 쉽게 고르고 찾아갈 수 있겠지?"
"네,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체험을 할 수 있으니, 체험장도 그리 복잡하고 어지럽지 않고 잘 정리되어있는 것 같아요. 얼른 저 프로그램 체험하러 가요!"
축제 둘 째 날. 전국 최고의 마라톤 코스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참여한 마라톤 대회가 시작된다. 금강변의 해피로드에서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대청호마라톤대회에는 세 가지 슬로건이 있데요. 물사랑, 건강사랑, 사람사랑 이라고 하니 정말 의미 있는 마라톤대회인 것 같아요."
"건강을 위해 달리고, 물을 곁에 두고 있으면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감동을 주는 마라톤 대회라고 하니, 미리 신청하고 꼭 참여해 보면 좋겠구나."
로하스 축제는 자연 그대로의 삶의 방식을 체험하고 스스로 변화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특별한 이 축제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무엇일까?
"로하스 축제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건강한 축제인 것 같아요. 로하스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대단한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볼거리뿐만이 아니란다. 모두가 참여하고 어울리며 함께 살아감의 의미를 더욱 되새기게 되는 축제로 발전하게 될 거란다!"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축제. 그것이 이루어내는 생활양식과 습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족, 건강, 나눔, 친환경, 학습 이라는 다섯 개의 테마들이 만들고자 하는 행복의 기본 조건은 대전 대덕구의 수려한 자연환경과 함께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만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와 함께 이곳을 찾아, 또 어떤 체험을 함께 하고싶으신가요? 금강과 대청호의 눈을 뗄 수 없는 풍경 속에 녹아든 축제. 여러분도 함께 하는 것은 어떤가요?
동강에서 동심을 찾다
- 강원도 정선군 -
운동회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비가 내리지 않기를 작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잠이 들던 그 때를 말입니다. 정선의 날씨가 화창해지면 정선의 짜릿함을 느끼기 위한 인파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위로는 정선의 드높은 하늘을 벗 삼고 발아래에는 푸르른 동강을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곳, 강원도 정선 산골마을에서 맛보는 짜릿함!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동강에서 동심을 되찾아라’입니다.
생강나무 꽃에서 알싸한 향이 퍼지면 초봄을 반기는 따뜻한 기운이 마을 전체로 스며든다. 언제나 그렇듯 마을 어귀에서 풍기는 향기는 할머니 댁의 냄새처럼 정겹다.
“흐음, 알싸한 향이 은은하게 나는 것 같아. 저 꽃에서 나는 냄새일까요? 이 나무 시골에서 본 것 같아. 이름이 뭐였더라?”
“바로 생강나무! 김유정의 소설 <봄봄>에 등장하는 동백꽃이 바로 이 생강나무지. 강원도 정선아리랑에도 등장하는 싸리골 올동백도 마찬가지야.”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어본 일이 언제던가 까마득하다면 주저 말고 정선으로 오라. 산골마을에서 펼쳐지는 익스트림 스포츠 그 자체만으로도 환한 웃음꽃이 만개한다.
“정선은 친구들끼리 오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
“그래 맞아. 특히 정선에서 즐길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는 친구들끼리 즐기기 더 없이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지. 익스트림을 즐기는 사람들은 마음껏 소리도 지르고 웃으면서 돌아가는 게 아닐까?”
고공을 걷는 기분이 구름 위를 걷는 기분과 같을까? 동강이 내 발아래 있다니 고소공포증도 잊어버린다.
“야야, 잠깐만. 바닥이 훤하게 뚫려서 조금은 무서운 것 같아, 마치 공중에 매달린 기분이랄까?”
“이게 스카이 워크의 매력이라니까! 진정하고 아래를 내려다 봐. 한반도 지형과 동강이 발아래 펼쳐져 있단 말이야. 여기가 바로 명당자리 아니겠어?”
25년간 서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한 비둘기호 열차는 4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대신 이제 통일호열차가 대신한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이열차를 ‘아리랑열차’또는 ‘꼬마 열차’라고 부르네요. 서서 가도 결코 짜증스럽지가 않은 게 풍경을 아주 느긋하게 즐길 수가 있어서일까요?”
“맞아. 차창밖에 펼쳐지는 기암절벽의 산봉우리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구나. 이 맑고 깨끗한 시냇물을 보고 있노라면 불편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겠어.”
웃음으로 한발 이야기로 두발로 내딛는 정선 익스트림 스포츠의 메카 레일바이크. 레일바이크는 오늘도 또 하나의 사랑을 싣고 달린다.
“고공에서 소리를 질렀더니 이제 좀 어지러운 것 같아. 좀 쉬면서 정선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왜 없어. 정선하면 레일바이크! 몰라? 철길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나무냄새 가득한 숲을 통과하다보면 어느새 종착역에 도착해 있을 거야. 단, 레일바이크의 기초체력은 필수라고!”
정선에서는 동강을 발아래 품는 짜릿함 이외에도 이색적인 공포가 짜릿함을 더해준다. 어린 시절 무서운 마음에 화장실을 못가고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가 생각난다.
“힘차게 페달만 굴렀더니 온몸이 후끈후끈하다. 그리고 아까부터 고소공포증 있다고 카메라만 들고 다니던 쟤를 위한 체험은 뭐 없어?”
“당연히 있지! 여름이면 어떤 것보다도 인기가 많은 공포 체험! 서늘한 화암동굴에서 손전등만 들고 약 1시간 30분간 귀신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이다보면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구름 위를 걷거나 하늘을 날아보는 것. 등골이 오싹한 기억과 낭만 가득한 여유 모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지형을 이용하여 자연 속으로 돌아간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닐까?
“이것저것 하고 나니 벌써 날이 어둑어둑 해졌어. 하루가 어떻게 지나 간지 모르겠네. 마치 놀이동산 다녀온 것 같아.”
“오늘 제대로 통하는데? 자연이 만들어 놓은 공간을 새롭게 꾸며 더 새롭고 특별한 게 아닐까 싶어. 바람, 공기, 하늘을 여기만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놀이동산이 있을까?”
일기장을 펼쳐보면 늘 그렇듯 오늘 하루도 마지막 멘트는 “오늘 하루 참 즐거웠다.”로 끝나지 않을까?
“왠지 오늘 하루는 미뤄뒀던 일기장을 꺼내서 하루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늘 SNS에 실시간으로 간단한 기분을 남겼다면 오늘은 먼지 쌓인 추억 좀 들춰봐야 겠는걸?”
“그리고 일기의 마지막은?” “오늘 하루 참 즐거웠다~ 끝!”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잇몸웃음 환하게 만개하며 하하하 호호호 소리를 내어 웃다보면 금세 하루가 지나갑니다. 일상생활에서 잠시나마 쉼표를 찍고 싶다면 혹은 어른으로의 삶에 지쳐있다면 과감히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곳에서 어린 시절 당신의 모습이 저만치에서 환하게 손을 흔들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사랑하는 그 누군가와 함께라면 언제나 즐겁고 신나는 곳 정선.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에 담을 수 있는 정선으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무아의 세계로 가는 길
- 경상북도 의성군 -
혼잡한 세상을 피해 홀로 떠나보지 않으면 여행의 참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속이 꽉 찬 여행을 꿈꾸는 당신에게는 경북 의성의 고운사가 제격입니다. 길은 깊어지고, 한적함은 더해만 가는 그 끝에서 만난 산사는 당신에게 질문을 던질 겁니다. ‘너는 누구냐!’. 화엄일승법계도 숲을 들여다볼 때도 역시 숲은 물을 겁니다. ‘너는 누구냐!’고. 그러면서 ‘번뇌가 있다면 이곳에 다 내려놓아라’ 이르고 있습니다. 그곳에 ‘무아의 세계로 가는 길’이 있을까요?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 ‘고운사에서 참된 나를 만나라!’
구계리 마을을 지나 등운산(騰雲山)에서부터 고운사까지 한참을 오른다. 제법 가파르지만 솔향기에 심취해 가다 보니 일주문까지 금방이다.
“금강송으로 꽉 찬 이 산사 길은 그야말로 호젓하기 이를 데 없구나. 산에서 내려온 청량한 바람도 흘러내린 땀을 식혀주는군. 최치원 선생도 이 자리서 바람 한 점 안았을까?"
"{하긴, 의상 스님이 지은 사명 ‘고운사(高雲寺)’를 최치원 선생이 ‘고운사(孤雲寺)’로 바꿨을 정도이니 그가 이곳에서 보고 느낀 것이 무언지 알 만해. ‘고운(孤雲)’은 그의 호가 아닌가.”
좀 더 올라가면 대웅보전이 보인다. 곁문에 잠시 걸터앉아 있노라면 조용한 사찰이 보여주는 풍경에서 형언할 수 없는 경건함과 안도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돌담길로 올라서니 저 3층석탑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구나.” “어떤 귀인이 왔을까 생각하며 와 보니 우리 보살님이 계셨군요. 나무관세음보살~ ”
“안녕하세요! 스님, 저에게 ‘귀인’이나 ‘보살’이란 표현은 제게 좀 과합니다. 그래도 제가 독실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처님을 떠올리며 가족의 건강을 빌곤 하죠.”
외로운 구름이 머문다는 절, 귀중한 보물과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사찰 고운사는 아담하지만 정성스레 소원을 올리면 부처님이 꼭 들어주실 것만 같다.
“부처님께 소원을 빌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지요? 어떤 소원을 비셨습니까?”
“제 앞날에 대한 이러저러한 걱정거리를 좀 늘어놓았을 뿐입니다. 제 복잡한 바람을 빌려면 반나절은 이곳에서 부처님과 대화를 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일화에 저승 가면 염라대왕이 ‘고운사에 다녀왔느냐’고 물어본다죠? 그래서 전 여기 온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과거 최치원은 여지(如智), 여사(如事)라는 두 스님과 함께 불사를 일으켰는데 지금도 유명한 전각 두 채가 있다. 그 하나는 가허루, 또 하나가 우화루다.
“고운사의 향훈에 젖었던 최치원은 마침내 자신의 멍에를 가뿐하게 털어버리고 허공의 마음을 알아차렸던 것일까요?”
“우화루의 뜻만 보더라도 ‘몸에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에서 따온 말이니 그는 멍에를 던져 버리고 그는 신선이 되고자 하지 않았을까요.”
우화루는 다실로 개방되어 있다. 이곳은 누가 따로 차를 내어주지 않는다. 차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 차 우리고 마신 후 알아서 보시하면 그만이다.
“차 한 잔 하며 벽면 하나에 빼곡히 꽂아둔 불서를 이리저리 살펴봐도 좋고, 벗과 차 한 잔 해도 좋겠네요.”
“우화루로 들어오는 바람과 마주하며 한 잔 해도 누가 뭐라 말 안 한다. 차와 책, 그리고 우화루. 다 대중을 향한 부처님 뜻 아니겠습니까?”
‘함께 하는 세상’이란 ‘나와 너’가 공존공생 하는 조화로운 세상을 말함이니 부처님 뜻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 깨달음과 실천은 결코 쉽지 않은데?
“상대존엄이라는 전제 조건이 구현되었을 때 공생이 가능한데 이는 ‘무아’라는 빗장을 열지 못하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자아집착이라는 걸림돌 때문입니다. 타인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자아의 관점은 참으로 무서운 겁니다. 갈등만 일으키고 불만족에만 휩싸여 상생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무아의 세계로 가는 길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만은 분명하지 않은가.
“구름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저 소나무 보세요. 좀 더 들여다보면 새도 있습니다. 소나무가 제 잘났다고 새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나뭇가지 하나 턱 하니 내어놓지 않습니까? 언제든 말입니다."
"새도 한 구절 노래로 답례하고 있지요. 저 소나무, 겨울이면 눈을 받아 주지요. 눈은 또 그 답례로 ‘설송’(雪松)‘이란 이름을 지어줍니다. 겨울의 숲입니다.”
소나무 속의 새 한 마리요, 새 속의 소나무 한 그루라! 그야말로 상즉상입(相卽相入)의 이치가 아닌가. 산책로에 화엄일승법계도 숲을 조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이지도 않군요. 소나무는 새 보고 앉으라 한 적도 없고, 떠나라고 한 적도 없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저 그렇게 서로서로 공생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소나무는 소나무이고 새는 새이지 않습니까? 연기적 삶을 통한 조화로운 세계, 바로 화엄의 세계입니다!”
상생의 세계로 들어가려면 소나무처럼 자신을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그렇게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집착이 상생의 최대 걸림돌이란 걸, 결국 자신 들여다보아야 무아 체득도 가능하다는 걸 고운사는 알려줍니다. 무아의 세계를 안다는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운 것만도 분명 아닙니다. 분명한 건, 고운사가 펼쳐내는 화엄이 ‘상생조화’의 세상을 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혼잡한 세상에서 잠시 나와 길을 걷고 싶다면 고운사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요?
근대문화의 향기가 담긴 철길마을로
- 전라북도 군산시 -
낭만적인 포토존이라고 생각하면 사람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된 빈티지한 느낌의 철길이나 간이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산의 숨은 명소로 빼곡한 집들 사이로 지나있는 철길은 녹슨 철길의 흔적만으로도 이색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철길마을을 카메라로 담기에 바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군산은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곳으로 일제의 수탈과 해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있는 곳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은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근대문화의 향기를 찾아라!’입니다.
지도를 들고 한참을 헤맸다는 친구의 말에 철길마을에 대한 시간적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어디에 있는 곳이기에 시간과 공간이 멈춰있는 곳이라 할까?
“네비게이션에 뭐라고 쳐야하지? 철길마을이라고 하면 나오나?” “저기, 아저씨~ 철길마을 가려고 하는데, 주소를 잘 몰라서요.”
“경암동으로 가요. 경암동 철길마을.” “철길마을이 경암동에 있었구나!”
빽빽이 들어선 집체 사이로 언제 달렸을지 모르는 옛 철길이 가지런히 나 있다. 근대문화가 떠오르기 전에 아기자기하기만 한 공간을 먼저 느껴본다.
“철길 양 옆으로 난 컨테이너 박스와 집들이 잘 어울리네. 집들도 철길만큼이나 많이 늙어있는 모습이야.”
“바로 옆에는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그래도 여기는 아직 그대로라 더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아. 빨래를 널어놓은 풍경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좁은 철길 사이로 쌓인 눈을 쓸고 계시는 할머니, 이불 터는 아주머니. 마을주민들은 이 철길에 묻은 기억을 알고 있지 않을까?
“아주머니, 여기 열차가 마지막으로 달렸던 때가 언제에요?”
“그때가 아마 2008년 6월이었지? 장항선을 지나 군산역까지 달리던 기차가 멈췄던 게. 여기 이 집들도 다 낡았지? 이 집이 60년도 넘은 집이라니까. 열차가 멈추니까 여기 판잣집들도 다 허물어가고 여기만 이렇게 남았어.”
원래 바다였던 경암동. 일제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철길마을의 이야기를 더듬어 내려올 수 있다는데, 그 속에서 근대의 향기가 흘러나오지 않을까?
“원래는 여기가 바다였던 건 알고 있나 모르겠네. 그게,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방직공장을 만들려고 여기를 육지로 만든 거야. "
"해방 후 땅 주인이 없으니까 가난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판잣집을 짓고 살았던 거지. 그러다 군산역에서 페이퍼코리아라는 회사 자재를 실어 나르기 위해 화물열차가 다녔었지. 지금은 다 멈췄지만…….”
어쩐지 아주머니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신다. 변화와 개발이라는 단어가 그렇듯 무언가를 또 허물고 지나간 시간들을 묻어버린다는 느낌이 드셨을까?
“그럼요. 그런데 여기 주변에 아파트도 있고 대형마트도 보이네요. 조금씩 여기도 허물어지고 있는 건가요?”
“원래는 50채 정도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열다섯 가구정도밖에 안 남았지. 다들 떠나고 지금 이렇게 여기만 남았어. 그래도 여기를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많이들 노력하더라고.”
철길에는 서툰 글씨로 써놓은 문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공백. 무슨 말들을 채워넣을 수 있을까?
“여기 철길 위에 무슨 글씨가 적혀있어! 시간은 흘러 다시…. 그리고 없네?” “그러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고 싶은 곳?”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왠지 이 철길마을과 참 어울리는 문구야. 저렇게 다음 사람을 위한 여운도 남겨두고.”
아쉬움에 돌아서려는데 아주머니께서도 못내 아쉬우신지 자꾸만 손을 흔드신다. 그리고 시간의 공백을 메워줄 무언가를 말씀하시는데!
“이제 가려고? 왠지 아쉽네. 다음엔 친구 말고 애인이랑 와!” “네, 오늘 말씀 참 감사했습니다. 다음엔 꼭 애인이랑 올게요!!”
“그래. 잘 가고. 아참, 호떡은 먹어 봤어? 안 먹어봤으면 호떡 하나 먹고 가. 군산까지 왔으면 호떡은 먹고 가야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낯설고 더 희미한 풍경이겠지만 그만큼 더 정겹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낭만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근현대사의 향기가 얼마나 향기로웠을까?
“뜻밖의 이야기를 많이들은 것 같아. 그냥 예쁘고 아기자기한 곳인 줄만 알았는데 역사를 품고 있을 줄은 몰랐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녹은 더 깊게 슬겠지만 그 모습 그대로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가지 않을까? 다음이 더 기대되는 곳임에 분명해.”
시간이 멈춘 듯한 경암동 철길마을. 위태롭게 늘어선 판잣집 사이로 언제부터 외로이 놓여있는지 모를 철길만이 놓여있습니다. 기차의 경적소리가 끊긴 자리에 남겨진 녹슨 기억은 한 송이의 꽃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곤 합니다. 근대문화의 뼈아픈 기억을 간직한 철길마을에서 이제는 어엿한 군산의 명소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한국 근현대사의 한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철길마을. 그 희미하지만 분명한 향기에 취하고 싶다면 언제든 그 낯선 풍경으로 떠나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