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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이 슨 기찻길 사이로 인사를 주고받았을 너는 이제 과거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부서졌구나.
들여다볼까, 그대로 두고 볼까. 삶의 흔적을 엿본다는 일은 왜 언제나 이리도 어려운지.
소백산 산기슭을 차지하고서 그 자체가 산의 일부인 듯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까닭 모를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나온다.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고개를 돌리면 조금 더 많은 것들이 보일지도 모른다.
어디에나 스며드는 가을. 사철 푸른 나무 대신 담쟁이가 가을을 밝혔다.
푸른 것들에서 석탑으로 빛깔이 옮겨 묻었다. 털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매한가지.
따사로운 햇살 아래 풀밭에 몸을 웅크리고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리는 입을 꾹 다문 채 눈만 꿈뻑인다.
구름에 가려진 빛을 상상하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 슬쩍 제 모습을 내비치는 저 재치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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