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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보일 만큼, 딱 그만큼 올라온 담장의 높이를 의심한 이 누가 있는가. 담은 가리기 위해 쌓는 것이 아니라는 걸.
노란 그늘 아래서 하늘은 온통 노랗기만 하다. 누군가가 두고 간 빗자루 하나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어느 새 귀해진 작은 얼굴. 나와 같은 추억이 그 안에도 잠들어 있을까.
기차가 떠나간 뒤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 철길 따라 이어지는 흔들림을 쫓으며 노란 선 밖으로 한 발짝 물러선다.
낮은 울타리들이 줄을 지어 섰다. 넘을까, 말까 어린애처럼 설레는 마음.
고이 접어 줄에 매단 천이 공민왕의 애절함과 같을까. 천이 늘어나는 이유는 도망칠 곳이 이곳밖에 없기 때문일까.
용맹함의 기준은 말의 쳐들린 앞발이 아니라 굳게 버티고 선 뒷발이 아닐까.
조국을 되찾은 기쁨을 그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내 마음속 태극기도 펄럭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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