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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때로 붙박힌 것과 함께 달린다. 굳은 땅 대신 말랑한 감정 위를 달리기 위해 여기에 잠시, 멈춤.
나란히 늘어선 것들이 꼭 제가 선 자리의 이름을 닮았다. 실없이 웃으면서도 계속 바라보게 되는 것은 왜일까.
누가 이리 반가운 길을 열어 두었을까. 저 멀리, 빛나는 섬을 향해 가는 길.
빈 자리에 대한 상상이란 언제나 즐거운 일. 그 가운데서도 유독 빛나는 이 상상력을 무어라 해야 할까.
숲, 그리고 숲 그림자. 대낮에도 길을 잃을 듯한 선명함에 숨이 멈춘다.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이리도 벅찬 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 낯설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초조해 할 필요가 있을까. 바라보는 곳이 달라도 어깨는 여전히 꼭 맞붙어 있다.
눈을 밟을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낙엽이 부서지는 소리인가, 아니면 시린 결정이 으깨지는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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