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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 올려둔 모자처럼 천연덕스러운 모습. 빈 언덕 위의 모자를 상상하며 웃었을 이의 얼굴을 상상해 본다.
어두운 수면, 그 위를 점점이 덮어가는 푸른 것들. 가리고 싶었던 무언가를 덮어감에 아쉬움이 남을 줄 누가 알았을까.
차가운 물 속에서 잠든 가족들을 위한 새 보금자리. 둘러앉아 나누는 정겨운 목소리들이 작은 집의 틈새로 새어나오는 듯 하다.
우연 없이 오로지 필연만 존재하는 이곳에서 돌 하나도 허투루 쓰이는 법이 없다.
옛것에 대한 그리움은 계속된다. 온 힘을 다해 아름답게 복원된 아날로그.
잔물결 하나 일지 않는 수면 위로 빛이 산란하며 퍼진다. 마치 기억 속의 너처럼.
눈을 감아도 비쳐드는 햇살과, 그 아래 선 것들. 위태롭고도 고운 모습들에 눈이 시리다.
처음은 아닐 것이다. 멋대로 다가와 쌓이는 낙엽이라든가 속까지 젖을 정도로 흠뻑 내리는 비라든가, 살포시 내려앉는 너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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