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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디 가는 삼실을 올려 놓고 쉴 새 없이 손과 발을 움직인다. 하나의 삼베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이 부딪치고 엮이던가.
가지에 있어야 할 것이 지천에 깔려 눈이 어지러웠는데 뒷걸음을 치자 어디선가 코끝을 찌르는 노란 향취.
피어나기 위해서는 꽃잎 하나하나 고루 신경을 써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접혀서는 안 될 것. 어느 하나라도 돋보여선 안 될 것.
돌과 같은 색깔로 낡아가는 나무, 그리고 나무와 같은 색깔로 낡아가는 돌. 어느 곳 하나 정갈하지 않은 곳이 없다.
사백 년의 세월을 머금고 선 나무. 오래도록 간직할 고민이라면 이 앞에 털어 놓아보는 것은 어떨지.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두었는데 고개만 꾸벅. 예의를 잊고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
흐린가 하여 들여다보았더니, 바닥이 곱다. 단정짓는 일은 항상, 이리도 위험한 것.
약간의 경사인데도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시선에 균열이 가자 어디에 발을 내딛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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