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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모양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데도 너는 무에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힘없이 축 늘어져 있구나.
작은 터 안에 알차게 채워진 배려들. 걷는 동안 자꾸만 고맙고 또 고맙다.
먼 길을 달릴 준비를 마친 상상. 결국, 어디까지 가 닿을 것인지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경 읽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 탓인지 너무 붉지도 연하지도 않으며 모난 법이 없다.
언제쯤 차 오를까. 덩굴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아치에 웃음이 배어있는 듯 하다.
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곳을 지나갔을 무수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기억이 이어지는 한 영원이 흔들릴 깃발들.
12월이 되면 삼청동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온다. 겨울 트리가 제일 먼저 알고 반짝, 불을 밝힌다.
비록 나무라 하여도 부부이기에, 그렇기에 언제나 둘이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햇살을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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