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철썩 파도가 몰아치는 밤이었어. 밤이면 밤마다 한 꼬마아이가 높이 뜬 달을 보고 기도를 하는 거야.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말이야. 무슨 소원을 그렇게 간절하게 빌고 있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지, 그랬더니 자기네 집이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거야. 그런데 동네가 철거되면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지 뭐야. 그래서 이사 가지 않게 해달라고, 친구들과 함께 학교도 가고 말뚝 박기도 하게 해달라고 벽에 기대어 달을 바라보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지.사실 이 아이는 동피랑 마을이라는 벼랑 끝 동네에 살고 있어. 통영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아침이면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눈이 떠지는 마을이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낡고 허름해진 벽과 지붕들로 재개발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어. 아이는 엄마, 아빠가 밤에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거지.
그때였어! 아이가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신기한 일이 벌어 진거야. 어디선가 작은 음성이 들려오더니 새끼 손톱만 한 다섯 명의 꼬마요정들이 나타난 거야. 그러고는 속닥속닥 무슨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 그러더니 아이의 집에 들어가 아이가 쓴 그림일기장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어. 고개를 끄덕이더니 밖으로 나와 아까 그 아이가 서 있던 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는 거야. 그리고는 엄지손가락만 한 붓을 꺼내어 벽에 대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겠어?
손톱만 한 꼬마요정들의 움직임으로 저 커다란 벽에는 아이의 그림일기장에 그려진 그림으로 순식간에 가득 메우기 시작했지.
다음날 학교에 가려고 나온 꼬마와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어. 누군가가 어두운 밤에 벽에 그림을 그리고 사라졌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 아이는 자기의 그림일기장에 그려진 그림을 알아채고는 말했어.
“달님이 제 기도를 들어주시려나 봐요!”
신이 난 아이는 매일매일 일기장에 예쁜 그림들을 그려 넣었어. 예쁜 동백꽃, 고래, 친구와 말뚝 박기 하던 날, 재미있게 읽은 어린 왕자 등등 …….
그렇게 그림일기를 그려 넣고 자기 전에 똑같이 기도를 했지. 그러면 어김없이 요정들이 나타나 그 그림들을 동네 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그러자 마을 사람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소문이 나기 시작 한 거야. 마을 사람들 모두 아이의 집 벽에 그려진 그림들이 너무 예쁘다고 부러워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철거하기로 한 날짜가 얼마 남지 않게 된 거야.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동피랑을 떠나기 전 자신의 추억들을 하나씩 남기기로 했지. 그래서 자신들의 집 벽마다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들을 그려 넣기 시작했어. 각자 자신들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은 집을 떠나려니 더욱 마음이 아팠어.
그래서 이 아이는 다시금 두 손을 모아 쥐고 기도를 했어.
“달님. 우리 마을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게 해주세요.
마을 사람들 모두 흩어지지 않고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말이어요.
그리고 우리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이 그림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으면 좋겠어요. 달님.”
그러자 꼬마요정들이 나타나 마을 골목골목에 비어있던 벽들을 향해 바람을 불어넣었어. 그랬더니 집 벽면에 그려진 그림처럼 골목마다 아름다운 그림들로 넘실거리는 거야.
이웃마을에 점점 소문이 나고 점점 동피랑 벽화에 관한 이야기가 퍼져 나갔어. 그랬더니 전국 방방곡곡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림을 보고 웃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겠어?
동피랑은 꽃이 피는 마을이라며 말이야.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너무나 행복했어. 그리고는 마을 사람들과 이 꼬마아이의 간절한 바람이 마을을 지키게 되었던 거지.
아이는 너무 기뻤어. 마을 사람들도 모두 함께 기뻐했지.
지금도 동피랑에 가면 아름다운 벽화를 만날 수 있어. 그리고 마을 어딘가에서 지금도 꼬마 요정들이 마을 곳곳에 새로운 그림들을 그려 넣고 있다고 해!
언젠가 동피랑 마을을 찾아가게 된다면 꼬마요정들이 벽화에 남긴 숨은 메시지를 찾아봐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