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강원도 삼척 산골마을에 금슬 좋은 젊은 부부가 살았어. 남자는 늘 아내를 위해 열심히 나무를 하고 산에서 토끼와 멧돼지를 사냥하였고, 아내는 남편을 위해 늘 따뜻하게 밥을 짓고 성실하게 살림을 꾸려나갔지. 마을 사람들도 젊은 부부가 성실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것을 축복해 주었지. 그런데 이 둘은 혼인한지 만 삼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는 거야. 때 마침 저잣거리 주막에서 이 남자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
“칠복이 자네, 그 소문 들었나?”
“무슨 소문 말이야?”
“쉿! 목소리 좀 낮추게. 아주 괴기하고 흉흉하여 마을사람들 모두 쉬쉬하고 있다네. 그것이 말이야. 우리 마을 꼭대기에 큰 산이 하나있지. 그 산속에 큰 두 개의 동굴이 마주보고 있는데, 그 이름이 대금굴과 환선굴이라지? 그런데 이곳은 너무나 신비롭고 영험한 기운이 흘러 아무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는구먼. 그런데 대금굴에는 만병을 고쳐준다는 신비로운 샘물을 지키는 황룡이, 환선굴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석순을 지키는 청룡이 있다고 하네. 그런데 이 샘물과 석순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용의 머리를 잘라 동굴입구에 바쳐야 한다고 하질 않나. 그런데 그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용의 울음소리에 귀가 찢어질 지경이라고 한다네. 그런데 한번 동굴에 들어간 사람 중 나온 사람을 본 적이 없다네….”
“예끼, 이사람 할 일없으면 술이나 마시게. 쯧”
그런데 이 이야기를 유심히 듣던 남자는 곧장 이 이야기를 부인에게 전했어. 그리고는 오늘 밤 대금굴과 환선굴에 찾아가 꼭 소원을 들어주는 석순에 아이를 점지해 달라는 소원을 빌기로 했어. 부인은 끝까지 말렸으나 남자는 단호했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이 깊어지자 남자는 대금굴과 환선굴을 향해 산속으로 깊이 들어갔어. 드디어 동굴입구에 도착하였지. 큰 두 개의 굴에서는 왠지 우렁찬 울림이 느껴지는 것 같았어. 남자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칼을 쥔 손이 벌벌벌 떨렸지만 꼭 올해에는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힘을 내어 조심스럽게 동굴입구에 들어섰어.
칠흑 같은 어둠에 한치 앞도 자세히 볼 수 없던 남자는 언제 어디에서 용이 나타날지 몰라 신중히 한발 한발을 내딛었어. 동굴 천장에서는 물이 똑똑똑 떨어졌고 바닥에서는 남자의 발자국소리가 쿵쿵하고 울렸지.
그때였어!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나며 동굴 그림자로 용머리 비슷한 것이 기어 나오는 것이었지. 남자는 두려움에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두 눈을 질끈 감고 청룡의 머리를 있는 힘껏 내려쳤어. 동굴이 크게 울렸고 두려움에 벌벌벌 떨던 남자는 청룡의 머리를 들고 냅다 뛰기 시작했어. 밖이 거의 다 옴을 느낀 남자는 실눈을 떠 용머리를 확인하였는데 자신이 밴 머리가 용의 머리가 아닌 용머리 형상을 한 석순이었던 거야. 당황한 남자는 그만 동굴에 고여 있던 물을 밟고 발을 헛디뎌 동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았지.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수일이 지나도 남자가 돌아오질 않자 남자가 떨어진 동굴로 향해 달려갔어. 도착한 곳에는 남편의 짚신 한 짝과 용머리 석상만 있을 뿐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그곳에서 눈물을 흘리던 아내는 남편을 따라 가기로 결심을 했어.
그 마음이 한이 되어 지금도 동굴 입구에는 청년의 아리따운 아내인 미녀상과 천장에는 젊은 부부의 사랑을 담은 하트모양의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해. 그리고 남자가 떨어지며 놓친 용머리 석순은 아직도 그 자리에 남아 그 때의 일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