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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도 아이가 있다. 딱딱한 나무껍질이 아닌 보드라운 속살과 멋진 모자를 지닌, 닮지 않은 아이가 있다.
큰 잎사귀 너머로 살풋 보이는 탐스러운 빛깔이 어느새 입안으로 들어왔는지 혀끝에 단내가 풍긴다.
가릴 수 없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위안이 될까. 산에서 만난, 산을 덮는 산.
위로 솟은 다리와 아래와 솟은 다리, 그리고 그 사이를 조용히 지키고 선 작은 누각이 선사하는 특별함.
동네를 쏘다니던 어린 시절 이후, 해가 저무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 것이 드물다. 내일을 기약하며 돌아서는, 저물지 않은 발걸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길이었다. 어디로 이어져 있는 걸까. 눈으로 걷다가 중간에서 멈추고 말았다. 어디로 가든 무슨 상관이람.
흐린 기슭에 깃든 몇 척의 배. 출항 전에 슬쩍, 실어보는 생각 한 자락.
어디에나 스며드는 가을. 사철 푸른 나무 대신 담쟁이가 가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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