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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그보다 한 박자 늦게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마치 너와 나처럼.
이렇게 가지런한 죽음들 앞에서 어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저마다의 빛깔로 낮은 숨을 쉬는 그 모습에 덩달아 숨결이 잦아든다.
두 물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그곳에 우뚝 선 작은 쉼터. 아름답게 복원된 옛 선비들의 정취가 고즈넉하다.
한 걸음씩 오르는 가을 길. 바닥에 뒹구는 빛깔들과 함께 데굴데굴 구르는 마음.
우리는 닿기 위해 수많은 문들과 길들을 지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눈에 익은 벽들과 몸에 익은 배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잡으셨다는 터. 그리고 그 안에 숨겨두었던 더 작은 터 하나.
어지러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날개 한 번 부딪치는 일이 없다. 부딪치는 일 없이 서로의 날개가 교차한다.
설악산에 아름다운 것이 산세 뿐이랴. 시선 닿는 곳마다 빛깔이 곱게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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