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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에서 돌연 마주친 고즈넉함. 좀처럼 떠나기 싫어지는 마음에 돌아보는 발걸음이 느려진다.
누가 봐도 코에 걸친 안경 같다. 허공을 닮은 눈동자가 안경 너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골목의 이 작은 한 자락만으로도, 우리는 이곳이 어딘지 짐작해낼 수 있다. 쉬이 지워지지 않을, 쉬이 잊혀지지 않을 이름을 가진 풍경.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섬이 몇 개인지 살펴보는 것이 하나의 일과였다. 너는 여전히 그곳에 있는데도 불쑥 어느 순간 사라지곤 했으니까.
불빛이 사라진 등대에는 지난 밤의 잔상만 남았다. 밤에는 돌아오지 않는 배를, 낮에는 불빛의 잔상을 쫓고 있구나.
밝혀질 소원들이 올망졸망 매달렸다. 동글동글하게 적어내려간 글씨들이 낯설고도 정겹다.
돌과 같은 색깔로 낡아가는 나무, 그리고 나무와 같은 색깔로 낡아가는 돌. 어느 곳 하나 정갈하지 않은 곳이 없다.
오색으로 물든 자리, 그 가운데 서면 드는 생각이란 어떤 것일까. 알 길이 없음에도 향기로운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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